배상책임은 외면하고 피해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충청남도를 규탄한다
– 안희정 성폭력 사건 피해자 김지은님의 싸움에 연대하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8년이 지났다. 안희정의 성폭력 범죄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고, 민사재판에서는 김지은 피해자가 업무 중 입은 성폭력 피해에 대한 충청남도의 배상책임까지 인정됐다. 그런데 충청남도는 이제와서 김지은 피해자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우리는 묻는다. 도지사의 성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가 수년에 걸친 재판 끝에 지방정부의 배상책임까지 인정받았는데, 그 지방정부가 다시 피해자에게 비용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행정인가.
김지은 피해자는 지난 8년 동안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고 권리를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말하고 싸워야 했다. 형사재판을 거쳐 가해자의 유죄를 확정받았고, 다시 민사재판을 거쳐 충남도의 책임까지 인정받았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를 반복해서 설명해야 했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그런 피해자에게 충남도가 다시 소송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자신의 책임이 법원에서 인정된 기관이 그 책임을 묻기 위해 싸운 피해자에게 다시 경제적 부담을 떠넘기는 일이다.
더구나 충남도청에는 소송비용 추심을 포기할 수 있는 제도와 절차가 존재한다. 충남도청의 소송사무 처리 규칙은 공익 추구와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 등을 고려하여 추심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지은 피해자는 자신의 사건을 소송심의위원회에 회부하고 소송비용 추심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충남도청이 피해자에게 비용을 받아내는 쪽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행정도, 기계적인 법 집행도 아니다. 충남도가 스스로 내리는 정치적이고 행정적인 선택이다.
충남도청은 이 사건에서 제3자가 아니다. 법원은 안희정의 성폭력 행위가 도지사의 직무집행과 관련되어 있다고 판단하여 충남도청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그런데 책임을 인정받은 기관이 피해자의 회복을 지원하기는커녕 피해자에게 다시 비용을 청구한다면, 충남도청은 자신의 책임을 끝까지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후안무치한 짓을 저지르는 것이다.
피해자가 국가기관과 지방정부를 상대로 피해를 인정받는 일은 이미 지난한 과정이다. 피해 사실을 말하고 법적 절차를 밟는 것 자체가 긴 시간과 비용, 정신적 부담을 요구한다. 그 끝에서 지방정부가 “일부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니 비용을 내라”고 나선다면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권리를 요구하면 그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피해자 보호인가.
충남도청은 그동안 안희정 성폭력 사건을 두고 ‘개인의 일탈’이라는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형사 유죄가 확정됐고 민사재판에서도 충남도청의 배상책임이 인정됐다. 이제까지의 책임 회피도 모자라 피해자의 회복 과정에 또다시 비용이라는 짐을 얹는다면 우리는 이를 결코 단순한 소송 실무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없다. 성평등가족부는 이미 피해자 보호가 배려가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책임은 선언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또 다른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충남도청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정을 즉각 중단하라!
김지은 피해자에 대한 소송비용 추심을 포기하라!
이 사안을 소송심의위원회에 회부하고 피해자의 권리와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판단하라!
그리고 충남도청은 안희정 성폭력 사건과 그 이후의 대응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가한 고통에 대해 책임 있게 사과하라!
2026년 9월 23일
서울대 로스쿨 A교수 성폭력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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